'세종문화회관 400kg 무대 사고' 성악가 안영재 씨 사망... 예술인의 안전과 산재보험 사각지대
공공기관 무대 리허설 중 발생한 끔찍한 사고로 성악가 안영재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2022년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공연 리허설 중 400kg이 넘는 철제 무대장치에 깔리는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어 하반신이 마비되었고, 긴 투병 끝에 지난 10월 21일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 예술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와 공공기관의 책임 회피라는 복합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1. 무대 위 비극, 예견된 사고였나?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마술피리'의 리허설이 진행되던 2022년 3월. 당시 코러스로 참여했던 안영재 씨는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나서던 중, 천장에서 내려온 400kg짜리 철제 무대 장치에 어깨가 짓눌리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가 받은 진단은 ‘외상성 척수 손상’이었고, 이후 보행은 물론 성악가로서 필수인 발성과 호흡에 큰 장애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고는 단순한 '불행한 사고'였을까요? 아닙니다. 무대 위에서 작업 중인 예술가와 스태프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공연 주최 측과 공연장, 즉 공공기관의 엄연한 책임입니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측은 “정해진 퇴장 동선을 지키지 않았다”, “사고 원인이 불확실하다”며 책임을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해 유가족과 예술계의 분노를 샀습니다.
2. 프리랜서 예술인의 제도적 사각지대
안영재 씨는 프리랜서 예술인 신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공연 예술인은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며, 이로 인해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프리랜서 예술인의 산재보험 신청률은 고작 7.3%에 불과합니다.
그는 사고 이후 2년 넘는 투병 생활 동안 억대의 병원비를 오롯이 본인의 부담으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예술 활동 중 발생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보호 장치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는 예술인을 보호하는 제도의 미비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 공공기관의 무책임과 사회적 분노
이번 사고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유럽한국예술인협회(KANE), 중대재해전문가넷 등은 “공공기관의 안전 관리 부실과 구조적 책임 회피가 초래한 인재”라고 규정했습니다.
특히,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 오페라단, 서울시 모두 사고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10월 24일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안영재 씨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열렸고, 해당 단체들은 ▲예술인 산재보험 의무화 ▲고인의 근로자성 인정 ▲범부처 차원의 사고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4.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
무대 장비 및 설치물은 공연 중 혹은 리허설 중 언제든지 예술인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점검과 안전 매뉴얼 준수는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2) 프리랜서 예술인의 법적 보호 확대
예술인은 직업이 아니라 ‘고용의 형태’에 따라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예술 활동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해 산재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3) 제도적 무관심은 또 다른 죽음을 부른다
이번 사건은 단 한 명의 예술인에게만 국한된 비극이 아닙니다.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제2, 제3의 안영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사회와 정부가 더는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마무리하며
예술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자산입니다. 그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품격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악가 안영재 씨의 죽음을 단순한 사고로 넘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프리랜서 예술인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공공기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