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 한국 최초 판다 리리와 밍밍, 동성 판다였던 ‘웃픈 합방 스토리’
1994년 9월 23일, 한국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인 리리와 밍밍이 중국의 외교 선물로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당시 두 판다는 한중 수교를 기념하는 상징적인 존재였으며, 당시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 도착해 ‘팬더월드’라는 전용 공간에서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육사는 훗날 ‘푸바오 할부지’라 불린 강철원 사육사가 맡아 판다들을 돌보았습니다.
1. 국빈급 대우와 인기
리리와 밍밍은 공항에서부터 환영을 받았고, 판다월드 개장은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하루 2시간 개장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리며 사회적 현상이 되었습니다. 1996년 5월 31일에는 크게 ‘판다 결혼식’까지 거행되어 화제를 모았으나 번식에는 실패했습니다.
2. 왜 번식에 실패했나? 동성 판다 해프닝
놀랍게도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두 판다 모두 암컷이었던 것입니다. 판다는 4살 전까지 성별 식별이 어려워 벌어진 실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판다의 호르몬 농도 측정 등 과학적 번식 관리 방법이 미흡한 상태여서 번식 실패가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3. IMF 외환위기와 조기 반환
당초 10년 계약으로 계획되었던 사육 기간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적 위기 속에서 판다 사육에 들어가는 고비용 문제가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되었고, 결국 1999년 2월 중국으로 조기 반환되었습니다.
4. 리리와 밍밍 이후의 한국 판다 역사
리리와 밍밍은 후손을 남기지 못했지만, 이 경험은 강철원 사육사와 관계자들에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후 들어온 판다 수컷 러바오와 암컷 아이바오가 한국에서 자연 번식에 성공해 최초의 한국 태생 판다 푸바오가 탄생했습니다. 푸바오뿐 아니라 2023년에는 두 쌍둥이 판다의 자연 번식도 성공하며 한국 판다 사육 기술 수준이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 장수하는 리리와 강철원 사육사의 특별한 인연
밍밍은 2016년에 중국에서 사망했지만, 리리는 2025년 현재 33세로 인간으로 환산하면 100세 이상에 해당하는 장수 판다로 중국 청두의 판다 번식 연구 기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2016년 강철원 사육사가 중국을 방문해 리리를 다시 만나자, 판다가 강 사육사를 알아보는 장면이 큰 화제가 되며 ‘진정한 판다 아버지’라는 애칭이 붙었습니다. 이는 한 동물을 평생 책임진 진정한 사육사의 헌신과 교감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6. 한국 판다 외교의 역사적 의의
리리와 밍밍의 입국과 사육은 한중 수교 이후 우호 증진을 위해 중국이 한국에 판다를 선물한 ‘판다 외교’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국내에서 판다 열풍을 일으키고 생태·문화 교육 효과를 높였던 동시에, 외환위기라는 경제적 위기 속에서 조기 반환되는 아픔도 간직한 한국 판다 사육의 시작점입니다.
이후 한국은 판다 번식기술을 전문가와 사육사 중심으로 차근차근 발전시켰고, 현재는 푸바오 및 쌍둥이 판다의 자연 번식 성공 등으로 자생 판다 사육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