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77년 만에 역사 속으로 – 이재명 정부의 수사‧기소 분리 혁명
2025년 9월 7일, 한국 형사사법 체계에 역사적 전환점이 찍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습니다. 1948년 설립된 검찰청이 77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서, 한국 형사사법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습니다.
1. 77년 역사의 종착점
한국 검찰의 역사는 1947년 1월 1일 군정청 사법부명령 제7호에 의해 경성공소원 검사국이 서울고등검찰청으로 개칭되면서 시작됐습니다. 1948년 8월 2일 검찰청법(법령 제213호)이 제정‧공포되면서 법원으로부터 완전 분리‧독립한 현재의 검찰 제도 틀이 완성됐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하면서 형사사법의 핵심 기관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검찰청이라는 조직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수사와 기소 기능이 완전히 분리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2.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설계
공소청: 기소 전담 기관
새롭게 신설되는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두어 공소 제기‧유지와 영장 청구 업무만을 전담합니다. 현재의 검찰총장은 공소청장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며, 기존 검사들은 대부분 공소청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대범죄수사청: 특수수사 전담
가장 큰 변화는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된다는 점입니다. 당초 법무부 산하 설치를 검토했으나,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라는 개혁 취지에 맞춰 다른 부처에 두기로 한 것입니다.
중수청은 다음 7대 중대범죄를 전담 수사합니다:
- 부패범죄
- 경제범죄
- 공직자범죄
- 선거범죄
- 방위산업범죄
- 대형참사
- 내란‧외환범죄
3. 1년 유예기간의 의미
정부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내년 9월까지 1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이는 급작스러운 제도 변화로 인한 수사‧기소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유예기간 동안에는 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추진단'을 설치해 구체적인 세부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쟁점들을 추가 논의할 계획입니다:
-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여부
- 공소청의 수사권 범위
- 경찰 권력 견제 방안
4. 정치권의 엇갈린 반응
여당: "견제받지 않는 권력 해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검찰의 견제받지 않는 권한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며 "특히 선택적 수사, 기소 편의주의 등은 국민 불신의 주된 원인"이라고 개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야당: "범죄자주권정부의 시작"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해체는 정치보복을 넘은 '범죄자주권정부'의 시작"이라며 "권력의 분산이 아니라 권력의 재조립"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행정안전부가 이미 경찰과 국가수사본부를 관할하는데 중수청까지 두면 사법통제가 사라지고 행정부에 예속된 무소불위 수사기관이 탄생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5. 헌법적 쟁점과 논란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편안의 헌법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이 예정한 기관인 '검찰청'을 하위 법률로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인 헌법적 쟁점들:
- 헌법 제103조: "검찰총장"이 명시된 헌법상 기관의 실질적 변경
- 조직명 변경의 한계: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의 위헌 소지
- 기관 연속성: 헌법상 기관의 본질적 기능 변경 여부
6. 수사‧기소 체계의 새로운 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한국의 형사사법 체계는 다음과 같이 재편됩니다:
수사 기관
- 중대범죄수사청(행안부): 7대 중대범죄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위공직자 범죄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일반 형사범죄
기소 기관
- 공소청(법무부): 모든 범죄의 기소‧공소유지
이는 수사기관 3원화, 기소기관 일원화 체제로 요약할 수 있으며, 기존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체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7. 실무진의 조용한 반응
흥미롭게도 검찰 내부의 조직적 반발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과거 검찰개혁 시도 때마다 집단행동을 벌였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 윤석열 정권과의 결탁으로 인한 '정치 검사 원죄론'의 부담
- 2개월째 공석인 검찰총장 자리로 인한 구심점 부재
- 검찰개혁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내부 분위기
8.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국회 처리 일정
더불어민주당은 9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
- 인력 배치: 2천여 검사와 수백 검찰 수사관의 새 기관 배치
- 권한 조정: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범위 확정
- 견제 장치: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제도적 견제 방안
- 국제 협력: 외국 수사기관과의 공조 체계 재정립
형사사법사의 새로운 출발점
1948년 설립 이후 77년간 한국 형사사법의 중추 역할을 해온 검찰청의 해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서는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라는 이상적 목표가 실현될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권력 집중이나 업무 공백이 발생할지는 앞으로 1년간의 준비 과정과 실제 운영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 변화의 최종 목표가 국민에게 더 공정하고 투명한 형사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77년 역사를 마감하는 검찰청이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소청과 중수청이 진정한 사법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